집 그리고 비와 바람
오랜 가뭄에 단비라는 말이 있다. 비는 예전처럼 농업에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사람, 동물, 식물 아니 생명을 가진 모든 유기체에게 대체불가의 소중한 물질이다. 우리는 가끔씩 뉴스를 통해서 나오는 아파트 단수 관련 소식을 접할 수 있다. 몇시간 동안 아파트단지에 물이 나오지 않으면 한 마디로 난리다. 식수부족에 씻거나 세탁도 못한다. 특히 끈적끈적한 여름이면 상황은 더욱 악화된다. 인간적인 생활이 불가능한 상황이 되는 것이다. 그만큼 물은 우리에게 있어서 소중하다.
요즘과 같은 여름철에 등산을 하거나 운동을 하면서 아니면 야외활동이나 일을 하는 동안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면 비록 아주 짧은 순간이나마 짜릿한 기분좋은 시간임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여름철의 시원한 바람은 정말이지 우리들을 기분좋게 만들곤 한다. 물론 실내에서의 시원한 에어컨 바람도 좋지만 푹푹찌는 삼복더위에 여름철 높은 산의 정상에서 불어오는 얼음장 같은 시원한 계곡바람을 경험해본 사람들로 하여금 해마다 여름철만 되면 높은 산 인근 계곡을 계속찾게 만드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런게 더할나위 없이 소중한 존재인 물과 바람이 집의 외피를 통과하거나 침투해서 집의 내구성을 저하시키는 핵심 요인이 된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이 두 요인들이 연합해서 시너지효과를 보일 때 이다. 가장 극단적인 경우가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다름아닌 홍수와 태풍이다. 홍수와 태풍으로인해서 발생하는 피해는 이미 여러차례 직접 경험을 통해서 아니면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서 모두가 다 잘 알고있기 때문에 더 이상 언급하지 않겠다.
비는 거의 수직으로 내리지 않는다. 왜냐하면 단짝인 기류 즉 바람의 영향이 있기때문이다. 비가 단지 수직으로만 내린다면 집에 대한 피해는 현저하게 줄어들 것이다. 비는 기류의 영향으로 주택의 외피에 영향을 준다. 외피에 닿을 때 흩어지거나 튀어오르거나 펼쳐지거나 재료에 흡수되거나 달라붙거나 벽면을 따라 수막을 형성하면서 흘러내리거나 증발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빗물의 운동성, 외피재료의 성질과 표면의 특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또한 비바람의 특성상 높이가 있고 직사각형 모양을 한 건물의 상부와 모서리에 많은 영향을 준다고 한다. 네모 반듯한 모양을 하고 지붕경사각이 작고 처마가 거의 없거나 짧은 모던 스타일의 집이라면 이 부분의 크랙이나 틈을 통해서 빗물이 침투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집의 처마가 마냥 길어서는 안된다. 그만큼 바람에 의한 압력이 증가하기 때문에 적절한 길이에 대한 타협이 필요하다.
집은 외부의 자연환경 즉 햇빛, 비, 바람 등에 지속적으로 노출이 되고 있다. 따라서 기후적인 요소들을 고려해서 지어져야하고 관리되어야 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이상이 없는 것이 아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속병이 깊어지고 있는 것일 수 도 있다. 집을 바라보는 관점의 변화와 집에 대한 학습이 필요한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