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년차 아파트 주택검사
태풍 바비가 지나간지가 언제라고 태풍 마이삭이 북상하고 있다. 제발 방향을 틀어서 별다른 피해가 일어나지 않기만을 바랄뿐이다. 내리는 빗물을 뚫고 경기도 분당에 위치하고 있는 완공된지 28년 된 아파트 주택검사를 다녀왔다. 이미 거래는 완료된 상태인데 의뢰자분은 전세로 돌리고 해외주재원으로 몇년동안 외국에서 생활할 예정이라고 한다. 주택검사를 위해서 방문했을 때는 전주인분이 아직 이사를 가시지 않고 생활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28년차 아파트지만 전주인분이 관리를 잘 하셔서 특별한 이상증상은 나타나지 않고 있는 듯 하다. 특히 전면 발코니를 확장하지 않은 상태여서 거실내부와 좌우측 방에 수분침투로 인한 이상증상이 거의 나타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발코니가 수분침투의 완충지대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요즈음은 좀 더 넓은 생활공간의 확보를 위해서 기본적으로 거실을 확장하고 있는 추세인데 이것이 오히려 수분피해를 증가시키고 있는 모양새다. 발코니의 외벽이 거실벽이 되었고 베란다 창문이 거실창문이 된 것이다. 한마디로 수분침투의 완충지대가 사라진 것이다.
28년차 아파트여서 외벽과 맞닿은 방의 상단 모서리부분에 약간의 곰팡이 흔적이 있고 방 천장에 수분의 흔적이 있으나 함수율 측정결과 현재는 거의 다 마른 상태였다. 수분이 침투하더라도 잘 마르면 본연의 기능을 수행하는데 별다른 지장이 없는 것이다. 집을 구성하고 있는 건축재료들과 자재들은 개별적인 특성의 차이는 있지만 어느정도는 수분저장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수분에 대한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하는 것은 이 수분저장능력을 넘어서 포화상태가 되면서 부터다. 수분저장능력과 건조의 균형이 무너지기 시작하는 것이다.
후면에도 넓직한 베란다가 있어서 전면과 마찬가지로 수분침투에 대한 완충지대 역할을 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욕실과 맞닿아 있는 방의 벽 하단부의 함수율이 비교적 높게 측정되었으나 문제의 발생가능성은 작아보였다. 집에서 물 사용양이 가장 많고 습도가 가장 높은 곳이 욕실이니 당연한 결과이기도 하다.
의뢰인이 가장 염려하는 부분이 천장의 누수관련 문제다. 최상층이기 때문에 걱정이 된다는 것이었다. 최상층 집인데도 불구하고 점검구를 통한 천장의 상태가 아주 양호했다. 습도로 인한 문제발생 가능성이 작은 것이다. 이유는 최상층인데도 다락방이 없다. 요즈음 같으면 다락방이 있을 공간이 수분침투에 대한 완충지대가 된것이다. 거기다가 지붕모양도 박공지붕의 경사각이 있는 모양이어서 외부로의 빗물 배출이 원활히 이루어지고 있는 것 같다. 별다른 문제가 없어서 주택검사 시간도 그만큼 줄어들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발걸음도 그만큼 가볍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