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ILDING SCIENCE/재료의 특성

아파트 외벽 누수에 대해서

유맨CPI 2020. 9. 9. 09:44

긴 장마가 끝나기가 무섭게 강력한 태풍이 3연속으로 한반도를 뒤흔들고 지나갔다. 덕분에 수해피해를 입은 지역이나 집들이 한 두군데가 아닌 것 같다. 그나마 아파트들은 주택에 비해서 비해서 덜 한 것 같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아파트들도 누수문제가 많이 생겼으리라 추측된다. 특히 시공된지 오래된 아파트 일수록 말이다. 나도 12년차 아파트에 살고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예측이 된다. 그리고 외벽누수로 인해서 약간의 피해를 입고있는 상황이다. 관리사무소에서는 외벽의 창문주변 실링시공이 오래되어서 그 부분으로 빗물이 침투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창문주변 실링시공을 다시 한다고 피해가구수를 집계하고 있는 상황인 듯 하다. 신청가구수가 많을수록 시공비가 떨어진다고 안내문까지 붙여놓았다.

 

아파트와 관련해서 공동주택 하자담보책임기간에서는 구조적인 문제와 관련해서는 최장 10년까지 책임기간이 있지만 실제로 아파트의 구조적인 문제는 거의 발생하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마감공사, 방수공사 등 직접으로 거주자와 관련이 있는 기간은 2~5년 사이일 뿐이다. 그래서 하자담보책임기간의 내용을 확인 할 필요가 있다. 새로 지은 아파트의 경우라면 피해접수를 신청하면 시공사에서 대부분 처리해 주지만 시공연도가 10년차가 넘어간다면 하자발생시 비용처리에 있어서 전용공간이냐 공용공간이냐를 따져봐야 한다. 나의 경우처럼 외벽을 통한 누수가 주된 하자의 원인인데도 불구하고 관리사무소에서는 창문 외부의 실링처리한 부분으로 누수가 된다고 주장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전용공간인 창문을 통한 누수라고 우겨야 관리사무소의 수선비용이 절약되기 때문인 것이다.

 

물론 창문외부 프레임 주변의 실링한 부분이 파손되거나 약화되어서 누수의 통로가 될 수 도 있다. 나의 경우에는 이 실링부분을 통한 약간의 수분침투 흔적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이부분을 통해서 누수가 되었다면 창문주변이 젖거나 침투흔적이 있어야 하는데 현상황이 깔끔하다는것이 관리사무소의 주장과는 상반되는 반론의 여지가 있는 것이다.

관리사무소에서는 침투한 빗물이 석고보드안으로 타고들어서 내부에서는 흔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천장에서 떨어진 빗방울로 인해서 바닥재를 뒤틀리게 할 정도의 양이라면 석고보드와 접하고 있는 내부벽지가 온전할 리가 거의 없을 것이다. 사실 몇 주간 집을 비운 상황에서 발생한 경우로 상황파악을 하고 관리사무소에 접수해서 담당기사와 얘기를 해봤지만 역시 예상대로 말이 안통했다. 무조건 전용공간인 창문을 통한 누수라는 답변 뿐이었다. 아마 대부분의 아파트가 나와같은 상황일 것이다. 아파트 관리소의 실무자들조차 누수의 원리에 대해서 잘 모른다.

 

벽지 상단에 약간의 누수흔적이 있지만 전반적인 상태가 양호하다.

 

근래에 지어진 아파트외벽을 보면 가로세로로 작은 줄이 그어진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지어진지 오래된 아파트는 이 가로세로의 줄이 그어지지 않았다. 이 가로세로의 작은 줄을 컨트롤 조인트라고 한다. 콘크리트는 태생적으로 시공후 건조되는 과정에서 수축을 해서 크랙이 발생하는데 이 컨트롤 조인트를 통해서 크랙이 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아마 이 컨트롤 조인트가 없이 외벽에 적나라하게 크랙이 난 모습을 본다면 아파트 무너진다고 난리가 날 것이다.

 

주기적으로 외벽에 페인트를 칠하는 것도 이 크랙부분들을 방수처리하는 효과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외벽은 비, 눈, 햇빛, 열, 습도 등의 자연적인 환경에 지속적으로 노출이 되는 조건이기 때문에 시공초기에 가졌던 내구성은 점점 약화지고 노후화된다. 페인트와의 접착력도 점점 약화되는 것이다. 그리고 사람이 하는 일이라서 완벽한 시공은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다. 제대로 시공을 하려면 외벽의 크랙부분을 일일이 제대로 메우고 페인트 시공을 해야하는데 실제로는 매우 힘든 상황인 것이다. 꼼꼼한 시공도 중요하지만 페인트 자체의 품질도 중요하다. 발수성과 내구성이 좋은 고가의 페인트보다는 2급 수성 페이트를 2~3년 주기로 시공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아파트와 같은 고층빌딩의 외부 모서리 부분은 바람의 영향을 많이 받는 부분이라고 한다. 바람의 속도가 빨라지고 바람의 방향이 급속하게 변화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일사의 영향과 온도변화로 인한 콘크리트 재료자체의 수축팽창으로 크랙이 더욱 가속화되는 것이고 풍압의 영향으로 누수통로가 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비록 컨트롤조인트가 시공되었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이부분을 통한 수분침투 가능성이 있는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나는 발코니가 있는 아파트를 선호한다. 발코니를 외부공간으로 여기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 근래에 지어지고 있는 대부분의 아파트들이 기본적으로 거실확장을 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그런지 다소 연식이 있는 아파트의 경우에도 이러한 트렌드에 편승해서 발코니 확장을 하게 되면서 누수침투에 대한 완충지역인 발코니가 없어져서 고스란히 외벽과 접하고 있는 거실내부에서 누수와 결로 등의 피해사례가 종종 생기고 있는 것이다. 

 

세상에 완벽한 집은 없다. 설사 있다고 하더라고 시공초기의 가졌던 내구성은 시간의 흐름과 함께 약화되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거주하고 있는 집들은 지속적인 관심과 관리가 뒤따라야 하는 것이다. 당연히 그에 따른 관리비용이 필요한 것이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