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짓고 있는 빌더들에게 집의 수명에 대해 물어보면 유럽 빌더들은 수 백년이 갈 집을 짓는다고 한다. 미국 동부에 가면 150년이라고 말한다. 미국 서부에 가면 사람들은 50년 안밖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빌더들은 모르겠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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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우리가 짓는 집들은 과거보다 더 커지고, 복잡해지고, 밀폐되고, 단열성이 높아지고 있다. 요즈음 우리가 마주하는 새 집들은 전통적인 형태의 집들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구조의 집들이다. 그런데, 우리들은 짓는 사람이나 그 집에 사는 사람이나 모두 집을 이루는 원리에 대한 지식을 거의 가지고 있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집들을 마치 공장에서 제품 찍어내듯이 그저 매뉴얼에 따라 집을 짓고는 있으나, 어떤 원리에 의해 그런 매뉴얼이 만들어졌는지, 거기 사용되는 재료들이 어떤 성격을 가지고 있는지, 또 그것들이 어떻게 서로 작용하는지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고려하는 것은 오로지 집의 겉모양인 디자인과 조립 순서뿐 이었다. 집의 성능에 대한 부분은 부수적인 것이었다. 이제 그에 따른 문제와 우려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증가하고 있는 축축한 습기와 곰팡이는 우리가 직면해야 할 거대한 주택의 문제들에 대한 하나의 징후일 뿐이다. 지금 우리나라는 주택과 관련되어 앞으로 제기될 잠재된 거대한 문제들의 꼭대기에 서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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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사람들은 어떤 일이 잘될 때는 왜 그런지 잘 모른다. 하지만 잘못 되었을 때는 그런 일을 다시 겪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뉴스에 나오는 다른 사건 사고들은 그 원인을 찾기 위해 수없이 많은 노력을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아직도 건축의 하자에 대해선 그 누구도 공개적으로 얘기하지 않는다. 책임 소재나 당혹감, 자존심, 아니면 집값에 미칠 영향 때문인지 모른다. 자신이 바보 짓 한 일을 얘기하면 새로운 고객을 얻기 힘들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러나 건축 디자인이 발달하고, 기술과 재료가 발달하더라도 그 바탕을 이루는 과학적이고 기본적인 원리를 모른다면 문제의 해결은 요원하다. 우리는 이 주제에 대해 좀더 많이 연구하고 이해 해야만 한다. 다행히도 우리는 선진국들이 거쳐간 그 많은 실패사례로부터 엄청나게 많은 것을 배울 수가 있다. 빌딩사이언스 과학자들은 계속해서 과거의 잘못을 따지고 반성하는 사람들이다. 꼭 우리가 아니더라도 선진국의 그런 수많은 실패를 하고 반성한 결과로부터 이제는 교훈을 얻을 때가 된 것이다. 그것이 우리에게 지금 빌딩사이언스에 대한 연구가 필요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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