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목조주택이 처음 우리나라에 등장했을 때 주택관련 잡지에 자주 나왔던 광고가 있다. 북미산 시다 셰이크 라고 지붕재로 수명이 100년은 간다고 했었다. 모양도 예쁘지만 수명도 그렇게나 오래 간다고 하니 보통의 아스팔트 슁글대비 3~4배의 가격에도 많은 집들이 이 시다 셰이크로 지붕을 덮곤 했던 기억이 난다.
지금 한 20년쯤 지났는데 아마도 많은 집들이 지붕을 수리 또는 교체해야만 할 형편이 되었을 것이다. 왜 광고한 100년이 되려면 아직도 엄청나게 긴 시간이 남았는데 벌써 수리를 해야만 되는 것일까? 이 질문이 오늘 얘기하고자 하는 집의 수명을 좌우하는 재료의 내구성 차이에 대한 이야기이다.
지붕 작업을 할때 시다 셰이크를 그냥 차곡차곡 쌓아 놓으면 되는 일이 아니다. 하나 하나 고정을 시켜 주어야만 한다. 무엇으로 못으로 못은 무엇으로 만들어졌는가? 바로 철이다. 철은 습기에 노출되면 어떻게 되는가? 녹이 슨다. 녹 안슬게 아연 도금을 했는데 하고 말해도 지붕에 사용된 비싼 아연도금 못 중에도 녹이 스는 것들이 있다. 불량이 있다는 얘기이다. 또 작업할 때 상처가 나기 때문에 녹이 슬기 시작하면 못의 최대 수명은 아마도 20년 가기 힘들 것이다. 그래서 시다 셰이크들이 슬슬 빠지기 시작한다. 또 시다 셰이크 자체도 변형과 수분, 햇볕때문에 남들보다 빨리 상하는 녀석들이 있다. 그러다보니 20년쯤되면 수리가 불가피한 것이다. 사실 시다셰이크는 우리나라와 같이 덥고 습한 여름철이 있는 지역에는 맞지 않다는 것이 중평이다.
시다 셰이크 사례에서 교훈을 하나 배웠다. 재료가 다 내구성이 좋아도 하나만 안 좋은 녀석이 있으면 전체 수명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 말이다.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따져보자. 요즈음 집 공사할 때 가장 많이 쓰이는 부재료는? 바로 폼과 실리콘이다. 폼과 실리콘은 기술이 없는 목수 마저도 경험많고 노련한 목수와 같은 행세를 할 수 있게 해 준 마법의 재료이다. 틈만 생기면 폼을 쏴서 채우고 실리콘으로 때우면 당분간은 이상이 없다. 집 지을때 박스단위로 들어오는 폼과 실리콘을 보는 것은 이미 일상화된 일이다.
그럼 여기서 한번 물어보자. 폼과 실리콘의 내구연한은? 내구년한을 실험한 정확한 자료는 없지만, 제조업체들의 자료와 현장 경험으로 미루어 추정해 보면 대략 10년에서 15년 사이로 보면 맞을 것이다. 외부노출, 햇볕노출 등 조건에 따라 차이가 많다.
100년이 가도 변치 않는 나무와 1000년이 가도 변하지 않는 돌, 유리로 된 재료들을 고정시키고 틈새를 메꾸고 하는 재료들은 20년도 안가는 철과 실리콘, 폼들이다. 그러니, 집의 수명이 수백년은 간다는 말들은 그냥 지어논 상태 그대로 간다는 얘기가 아닌 것을 이제 아셨을 것이다. 집은 계속 수리를 해야만 오래 보존할 수 있다.
일본의 호오류지(법륭사)는 7세기 경에 만들어졌으니 1300년 정도된 세계 최고의 목조건물이다. 이 절도 처음 만들어진 그대로 그 오랜 세월을 보낸 것이 아니다. 계속 개보수를 해 왔다. 법륭사엔 전속 목수가문이 있다고 한다. 법륭사의 대대적인 개보수를 위해선 절 주변의 곰솔을 잘라 사용을 하는데 나무 자르는 작업과 함께 심는 작업도 같이 한다고 한다. 그래서, 그 나무가 300년을 자라면 다시 잘라서 절을 보수한다고 하니 법륭사도 이미 대대적인 분해 조립이라는 보수작업을 4번 이상 해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집을 지을때 오래 갈 수 있는 집을 짓는 한가지 중요한 포인트를 아셨을 것이다. 집은 수리하기가 용이해야 한다는 점이다. 집 골조 등 속으로 들어가는 부분들은 수리가 필요없는 방식으로 짓는 것이 유리하고, 외부쪽은 쉽게 고칠 수 있는 것들로 배치하는 것이 오래가는 집을 짓는 한가지 원칙이 된다고 얘기할 수 있다.
뭔가 있는 것 같이 말이 길어졌지만 뭐 그리 새롭거나 신기한 발견이 아니다. 예전부터 우리 조상들이 해 오던 "희생양 작전"을 다시 설명한 것 뿐이다. 습기에 공격을 받기 쉬운 벽체의 아랫부분을 희생양으로 삼는 것이다. 올라오던 습기들에 의해 아랫부분이 상하면 자꾸 자꾸 수리를 해서 아랫 부분만 희생시키고 위로 더 올라오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수천년 동안 사용하면서 검증된 방식이니 지금도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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