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은 건축재료의 특성과 내구성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이다. 그래서, 건축의 주재료인 목재의 수분 즉 함수율은 집의 유지관리를 위해선 반드시 알아야 할 항목이다. 먼저 보통 사람들이 가장 많이 잘못 알고 있는 부분부터 집고 넘어간다. 함수율의 최대치는 100%가 아니다. 어떤 자료들을 보면 함수율 50%대의 나무는 건조도 안된 생나무라는 식으로 나오는데 함수율 50%대는 절반이상 건조되고 있는 상태의 나무이다. 보통 소나무 생나무를 자르면 함수율이 90% 중반대 정도 나온다고 한다.
그럼 함수율의 최대치는 얼마일까?
정답은 "나무별로 다르다."이다. 수종에 따라 얼마나 많은 빈 공간이, 즉 공극이 있느냐가 다르기 때문이다. 대개 침엽수들은 공극이 많아서 최대함수율이 높고 활엽수들은 최대함수율이 낮다. 소나무와 잣나무류는 190%대, 삼나무는 260% 정도되며 침엽수류의 평균최대 함수율은 200%정도 되고 활엽수들의 평균최대 함수율은 120% 정도 된다.
도대체 이런 식의 수치가 나오는 함수율은 어떻게 계산 되는 것일까?
함수율은 나무에서 물기를 완전히 뺀 상태를 기준으로 나무가 얼마나 물을 함유하고 있는 정도를 말하는데, 무게를 가지고 측정한다. 이를 위해선 먼저 기준이 되는 무게를 알아야 한다. 기준이 되는 바짝 마른 나무(전건상태)를 만들기 위해선 100도의 오븐에서 48시간 동안 말린 후 그 무게를 잰다. 흑마늘 만들듯이 나무를 바짝 쪄서 수증기를 전부 없애버린후 무게를 단다는 이야기다. 그 전건상태의 무게와 검사할 나무의 무게를 비교해서 함수율을 측정한다. 식은 아래와 같다.
함수율(%) = ((목재중량 – 전건상태시 중량)/전건상태시 중량) *100
이런 나무의 수분측정법은 언제부터 생겼을까? 목재의 수분측정 역사를 살펴본다. 목재의 수분 측정이 도입된 것을 그리 오래되지 않은 일이다. 정확한 년도는 나오지 않지만 1940년대 나무관련 책에 함수율 20%의 이야기가 나오는 글이 있다. 대략 그 때쯤에서 목재산업 분야에서 나무의 수분측정이 도입된 것으로 추정한다. 수분측정이 도입된 이유는 단순하다. 경제적인 이유 때문이다. 목재회사들이 목재를 수출하기 위해선 기계를 사용하여 나무를 건조를 시켜야만 했다. 건조를 시키기 위해선 커다란 창고처럼 생긴 찜통안에 나무들을 집어 넣고 나무를 쪄야만 한다.
보통 82도에서 115도 사이의 온도로 나무를 찐다고 한다. 이 찌는 과정에 많은 연료가 들어가고 시간이 들어간다. 목재회사들은 나무를 너무 많이 건조시키면 돈이 많이 들어가고, 덜 건조시키면 나무에 청태가 끼는 등 목재의 가치가 떨어지는 문제가 생기므로 그 중간의 수치를, 가장 이익이 많이 남는 수치를 찾아내야만 했다. 그래서 오랜 경험으로 찾아낸 수치가 19~20%라는 함수율이다. 그 수치를 그대로 미국 건축규정에서도 갖다 쓴다. 함수율 19% 미만의 나무를 사용하라고 되어 있다.
그런데 재미 있는 것은 함수율 기준을 딱 규정을 해 놓으려니 또 문제가 생긴다. 나무 종류와 나무의 상태에 따라 또 같은 나무도 부위에 따라 함수율에 변화가 있는 것이다. 그래서, 규정을 수정하여 예외조항도 만들어 졌는데, 기준 함수율 +5%까지는 인정을 해 준다고 한다. 그러니 함수율 24%짜리도 수출하고 판매하는데에 문제가 없다는 얘기이다. 한번 찐 목재는 고온처리가 되었기 때문에 함수율이 30%정도가 될 때까지는 버섯, 곰팡이 등의 미생물이 다시 자라지 못한다는 장점이 있다고 한다.
이제 습도계를 이용한 함수율 측정에 대해 알아 본다. 위에서 잠시 언급을 했지만 나무는 수종에 따라서 그 특성이 다르다.
습도계의 측정원리는 아래의 그림과 같이 두 개의 탐침봉 사이에 전류를 흘러보내 그 저항값을 가지고 측정을 한다. 그런데 나무가 다르면 그 저항값도 다르다. 그러므로 나무별로 수치를 조정해 줘야한다.
최초에 미국에서 만들어진 습도계는 가장 많은 목재가 나오는 더글라스퍼에 사용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다른 나무들은 더글라스퍼의 습도기준을 바탕으로 하여 나무별로 그 차이를 보정해 주어야만 한다. 아래에 관련되는 그래프가 있다. 습도계에 나타난 수치 50%와 실제 수치 사이엔 많게는 15%이상 차이가 발생한다.
또 습도는 온도에 따라서도 측정 오차를 가진다. 이것도 온도에 따라 보정이 필요하다.
또 어떤 나무들은 이상하게 습도가 높은 부분을 포함하고 있기도 하다. 아래 그림처럼 전체 습도가 12~15%일때에 어떤 부위는 40~50%의 습도를 보관하는 포켓과 같은 특성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는 것이다.
나무의 습도, 나아가 건축재료의 습도를 측정하기 위해선 이런 재료적인 특성들에 대해서 잘 이해를 해야만 한다. 그렇지 못하면 엉뚱한 숫자로 인해 잘못된 진단을 내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제 나무가 건조되면 나타나는 현상과 나무관리의 기준선이 되는 함수율 30%의 상태란 어떤 것인지 알아본다. 나무가 머금고 잇는 물기는 섬유질 사이에 있는 자유수와 섬유질 자체에 있는 결합수로 나누어진다. 사람을 예로 들자면 자유수는 핏줄 속을 흐르는 피와 같은 것이고 결합수는 세포속에 있는 수분과 같은 것이다. 자유수가 모두 없어지면 보통 함수율 30% 정도가 되는데 자유수가 없어질 때까지는 나무에 변형이 없고, 자유수가 모두 없어지고 결합수가 감소하기 시작하면 나무에 변형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인공적으로 건조하지 않고 자연 상태에서 충분한 변형이 이루어질 때까지의 건조기간은 약 3년 정도가 걸린다고 한다. 궁궐이나 한옥 짓는 분들이 삼년 말린 나무 이야기를 하는 근거이다. 현실적으로는 매우 어려운 이야기이다. 왜냐하면 기간도 기간이지만 또 말린 나무를 목수들이 기피하는 이유 중 하나가 목재의 강도가 변하기 때문이다. 자유수가 모두 마르고 결합수가 줄기 시작하는 시점을 섬유포화점이라고 한다. 이 섬유 포화점을 기점으로 나무는 수축 등의 변형을 시작하며 강도가 급격히 강해지기 시작한다.
보통 나무의 습기와 공기속의 수분이 균형을 이루는 지점을 평형 함수율을 14% 정도로 잡는데 이때부터 수분이 1% 줄어들면 목재의 강도는 3~5% 증가한다. 생나무일 때 보다 평형함수율(기건함수율) 상태일 때 목재의 강도는 1.5배 더 강하며, 수분이 완전히 없어지면 강도는 3배 가량 증가한다. 그러니 목수들이 마른 나무를 쓰면 잘 안 잘리고 고속 회전톱에서 연기가 펄펄난다고 하는 것도 틀린 말이 아니다.
건조되었던 목재가 수분 30%의 수준이 되기 위해선, 다시 말해 평형함수율이 30% 수준이 되기 위해선 공기중의 상대습도도 90%이상이 되어야만 한다. 높은 상대습도는 곰팡이, 청태발생의 기본요건이다. 그래서 목재가 30%정도의 습도를 가지면 문제가 된다는 이야기다. 단지 목재 함수율 하나만이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다. 그 수준이면 목재가 위치해 있는 전반적인 환경자체가 문제가 되기 때문에 만들어진 목재회사들의 오랜 기간의 경험과 연구에 의해 만들어진 기준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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